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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란드 사가 (유키무라 마코토)


'빈란드 사가' ⓒ Makoto Yukimura, (주) 학산문화사

우주를 향한 인류의 동경과 도전을 그려내며 많은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작품 '플라네테스'의 작가, 유키무라 마코토의 신작 '빈란드 사가' 단행본 제1권이 드디어 국내에 정식 출간되었습니다. 지난 2005년 코단샤의 주간 소년 매거진에서 연재가 시작되어 지금은 같은 출판사의 월간 애프터눈으로 옮겨 진행되고 있는 본작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우주마저 인류의 생활 터전으로 삼기에 이른 먼 (어쩌면 가까운) 미래의 지구권을 무대로 하던 전작과 달리 한 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힘있는 자들의 혈전이 끊이지 않던 중세 북유럽으로 무대로 옮겨, 당시 최강의 전투/약탈 집단으로 악명을 떨치던 바이킹들의 이야기 - 그 중에서도 '아메리카를 최초로 발견한 것은 15세기의 이탈리아인 크리스토퍼 콜룸부스가 아닌 11세기의 바이킹 레이프 에릭슨이었다'는 이른바 '빈란드 전설(사가)'를 기반으로 전작에 이어 다시 한 번 미지와 극한의 영역에 도전하는 이들의 모습을 그려낼 것으로 보입니다. '보입니다'라는 표현을 쓴 것은 아직 작품 초반에 지나지 않는 현 시점에서 확실한 단언을 내리기는 조금 이르기 때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중간중간 드러나는 단서들 그리고 무엇보다 주인공 토르핀이 전설 속에서 어떤 인물이었는지를 고려하면, 결국 끝없는 전란과 잔혹한 억압 그리고 은원으로 얼룩진 이 땅을 떠나 무한한 가능성이 기다리는 신천지로 향한다는 이야기가 펼쳐지게 될 것이라고 봐도 무리는 없겠지요.
아무튼 그런 점에서는 전작, 그 중에서도 후반부와 상당 부분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지만... 전작에서도 초반부에 감돌던 '인지를 넘어선 거대한 미지의 존재(공간) - 자연/우주에 대한 경외 혹은 동경'과, 중후반을 지배하던 '동경을 넘어 이를 극복/정복하고자 발버둥치는 인간의 정념어린 도전과 투쟁'이랄까 아무튼 두 가지 다소 대립적인 요소가 완벽하게 어우러지지는 못한 채로 애매하게 공존했기 때문에, 기존 독자라도 전작의 어떤 면에 끌렸는지에 따라 본작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을 듯. (개인적으로는 전자 쪽) 물론 전작의 경우 마지막에는 결국 그러한 이질성 또한 대우주의 다양한 면면들 가운데 하나라는 식으로 어찌어찌 귀결되기는 했지만... 이쪽은 아무래도 그 이전 단계 - 즉 철저한 도전과 투쟁 - 에 머무를 듯한 인상이 짙어서 말입니다. 아니 뭐 관점에 따라서는 이쪽이 오히려 이질감 없는 순수한 내러티브를 보여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필연적으로 훨씬 더 '뻔한' 물건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촛점을 보다 좁고 세밀하게 잡은 결과 의외로 작가의 역량이 아직은 '그런' 단점마저 뛰어넘어 뭐든 다 해낼 수 있을 정도로 무르익지는 않았음이 얼핏얼핏 드러나는 결과가 나와버린 것은 못내 아쉽군요.
무엇보다 작품 시작과 동시에 일단 강렬한 어필로 주인공의 존재를 독자에게 깊이 각인시킨 후 회상을 통해 과거 시점에서 그 발자취를 차근차근 뒤쫓는다는, 전기물의 약속(웃음)과도 같은 방식을 사용한 것은 좋지만... 그 어필 자체가 채 이루어지기도 전에 과거로 넘어가버린 것은 실책이었다는 기분. 정말 이대로 갈 생각이었다면 자바자 장군(...) 같은 시의적절치도 못한 개그로 첫인상이나 흐리는 것보다는 이야기를 이끌어갈 주인공인 토르핀의 캐릭터를 조금 더 명확히 확립해둘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요? 이렇다할 감흥이 쌓일 틈도 없었던 - 따라서 딱히 궁금할 것도 없는 인물의 과거 같은 거, 굳이 파고들어 봤자 별로 재미있는 게 못 되니까요. 원래부터 의도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같은 유럽풍 역사극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서사 구조의 유사성 측면에서 비교를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는, 저 이와아키 히토시의 '히스토리에'가 같은 잡지에서 연재 중이라는 사실 또한 작가가 정말 있는 힘을 다해주지 않으면 마이너스로 작용할 만한 부분이고... 아무튼 이쪽은 비슷한 노선을 걷고 있음에도 그 결과물이 보여주는 퀄리티에 상당한 격차가 있으니까 말입니다. 물론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물론 짬부터가 다른 상황이니 공정한 비교라 하긴 힘들지만 아무튼 저렇게 미묘한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지요, 그러한 (어쩌면 과도한) 핸디캡마저 극복하고 힘차게 나아가주길 기대해볼 뿐. 전작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던 독자로선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는 바람이라고 봅니다만... 과연 그 기대에 보답받을 수 있을지, 어디 한 번 지켜보도록 할까요.

그럼 좋은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덧1> 전설에 의하면 에릭슨과 그 동생에 이은 제3차 바이킹 원정단의 지도자가 바로 '토르핀 칼
 세프니'입니다. 비록 바이킹의 빈란드(아메리카) 원정은 이렇다할 유산을 후세에 남기지 못하고
 잊혀져 본격적인 '신대륙' 진출은 500년 뒤로 미뤄지지만, 본작에서 중요한 건 그게 아니겠지요.
 덧2> 유감스럽게도 국내판의 번역 상태는 썩 양호하지 못한 편입니다. 역자는 최미애 씨로 되어
 있는데 소녀 만화 쪽에선 무척 말끔한 번역을 보여주시는 분이건만 이번에는 영 껄끄러운 게 좀
 그렇군요. 매번 기대 이하의 결과를 보여주는 다른 분과 착각할 정도였으니... 궁합 문제일까요?
by 벨제뷔트 | 2006/02/19 21:58 | 만화 소개 [평가]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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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建武 at 2006/02/19 22:26
저도 목요일에 이걸 집어들었지요. 오옷! 이 그림은! 하고 외치면서 말입니다. ^^; 기대되고 있어요.
Commented by 무희 at 2006/02/19 22:29
또 볼만한 작품이 나왔군요, 그것도 바이킹물(?)이라니 기대됩니다.
Commented by 제르엘 at 2006/02/19 22:36
재밌겟네요~
Commented by 계란소년 at 2006/02/19 22:39
핀란드 사가...(퍽)
Commented by Evermind at 2006/02/19 22:59
와아 빈란드 이야기, 굉장히 좋아하는 건데~ 더군다나 플라네테스의 작가분이라니, 엄청 기대되는군요! >_<
Commented by 쏘갈 at 2006/02/20 12:26
플라네테스를 너무 재미있게 본터라, 후속작 빈란드 사가의 소식을 매우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생각외로 빨리 정식판이 출간되어 매우 기쁘더군요..
서점갈 기회가 있다면 사볼생각입니다.
Commented by 狂爆亂舞 at 2006/02/20 15:02
돌화살의 압박은 제 입에서 게거품이 흘러나오게 해 줬습니다..
Commented by 산왕 at 2006/02/20 20:09
아아아~~ 서점에서 보고 궁금해하던 작품인데; 프라테네스 작가의 작품이군요;
Commented by 벨제뷔트 at 2006/02/21 14:37
건무 님> 그런데 슬슬 그림은 좀 바꿔볼 때가 아닌가 싶기도 하더군요, 으음~.
무희 님> 그냥 중세물로 생각하시면 편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제르엘 님> 아직까지는 '나쁘지는 않은 정도'더군요 ^^.
계란소녀 님> 아니 사실 핀란드도 그럭저럭 이쪽 계통이니까요 :)
Evermind 님> 저도 꽤 기대하고 있습니다 ^^.

쏘갈 님> 다음 권도 금방 나올 예정이라더군요~ 다만 월간 연재가
된 관계로 그 다음부터는 조금 느긋하게 기다리셔야 할 듯합니다 :)

광폭난무 님> 돌화살이라면... 눈깔사탕 말씀이시군요;

산왕 님> 그러합니다... 다만 이번에는 꼭 당장 사실 필요는 없지 않
을까 싶기도 하던데, 후배 분들 중에서 물색해보시는 것은? (홋홋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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