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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한참 뒷북인지도, 혹은 저 말고는 아무도 신경을 안 쓰는 소식인지도 모르지만... 과거 움베르토 에코의 여러 명저를 비롯해 숱한 양질의 해외 문학서들을 국내에 소개하며 저를 포함한 많은 국내 독자들의 마음을 살찌우는 데에 큰 기여를 해온 출판사 열린책들에서, 기존의 여러 인기작들을 대거 선정해 'Mr. Know 세계 문학 시리즈'라는 브랜드의 페이퍼백 판형으로 새롭게 발간했습니다! 그동안 무식할 정도로 크고 무거운 반면 그 부피에 비해 담고 있는 정보량은 형편없이 부실한 A5 신국판, 혹은 정보량의 집적도는 그보다 조금 앞서지만 휴대성 측면에서는 한층 더 큰 부담만을 안겨주던 하드커버 양장판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국내 출판계...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겠으나 아무튼 여러 요인으로 인해 나날이 치솟아오르는 도서 가격과, 그에 대한 최소한의 체면치레라도 하려는 듯 출판매체의 최대 장점인 '언제 어디서나 쉽게 읽을 수 있다'는 휴대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끝없이 불어나기만 하던 부피, (+쓸데없을 정도로 높은 지질) 그리고 한층 수익을 높이기 위한 몰상식한 분책 및 그에 따른 방만한 활자와 여백 크기 등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비싸고, 크고, 무겁고, 그에 비해 정보량은 부실한 - 다시 말해 독자 입장에서는 여러 의미로 그저 부담스럽기 짝이 없는 도서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국내 출판계의 모습에 회의를 넘어 절망까지 하게 된 제게, 이번 사건은 그야말로 감격스럽기까지 하군요.사실 과거 국내에도 그에 대한 대안으로서 언제 어디서라도 부담없이 쉽게 읽을 수 있는 보급 판형 즉 서구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페이퍼백이나 일본에서 널리 읽히는 문고본 등의 판형이 도입된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니 당장 지금 이 순간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하여 번번이 사장되고 밀려나 결국 주류 도서들은 죄다 현행 체계대로 굳어져 왔던 것이 현실... 이러한 '보급판의 부재'는 책 한 권 펼쳐보기 부담스러운 독자 개인에게나, 국민 한 명당 1년 평균 독서량 0.8권이라는 상황 속에서 한없이 쪼그라들기만 하는 우리나라 출판계에게나 결코 간과하지 못할 악재일 수 밖에 없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해왔는데, 그런 와중에서 두각을 드러낸 이번 열린책들의 시도를 지켜보고 있자니 이게 그렇게 반갑고 값져보일 수가 없군요. 물론 페이퍼백이라는 판형은 상당히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장/단점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는 사실 또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일, '제법 재미있는 시도이기는 해도 솔직히 내가 알 바는 아니지' 이런 식의 반응 또한 없지 않으리라 봅니다만... 장담하건데 이번에는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그 이유인즉슨, 이번에 나온 열린책들의 페이퍼백 판본들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과 '압도적인 휴대성'이라는 서구 페이퍼백의 장점은 그대로 계승하면서도, 그 반대급부라 할 수 있는 '수준 이하의 지질' 및 '간신히 형태만을 유지하고 있을 뿐인 빈약한 제본'이라는 단점은 최대한 개선한 형태라는 것!믿기 힘들겠지만 이거 농담이 아닙니다, 일단 서구 페이퍼백이 '주간 소년 점프'라면 이번 열린책들 페이퍼백은 대략 '점프 코믹스' 정도의 퀄리티랄까, 무엇보다 지질부터 그 악명높던 이른바 '똥종이'(진짜 이건 달리 표현할 방도가 없음)에서 벗어나 꽤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향상되었을 뿐만 아니라 제본까지 무척 견고하게 되어있는 것은 실로 감동적으로, 모르긴 몰라도 단순한 향유에는 적합하지만 소유 및 보존에는 부적합한 탓에 그간 백안시해오던 장서가들조차 이번에는 쉽사리 고개를 돌리긴 어렵지 않을까 싶을 정도. 다만 부피 자체는 서구 쪽보다 조금 커져서 B6에 가까운 형태 - 열린책들의 기존 하드커버 판들도 대략 이 사이즈 - 가 되었지만 여전히 그 가벼움은 어디 간 데 없이 그대로인데다가 장당 정보량 또한 매우 밀도가 높아 그리 불만스럽지는 않군요. 어쩌면 '작은 것은 아름답다'가 아닌 '작은 것은 돈 아깝다'에 가까운 국내 정서상 이 정도가 딱 알맞는 절충안이었는지도 모르지요. (염가라지만 기존판보다 그렇게 싼 것은 아니기도 하니까)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같은 보급판이라도 너무나 극심한 품질 차이 탓에 솔직히 페이퍼백보다는 문고판을 선호하는 쪽이었지만, 계속 이렇게만 나와준다면 패이퍼백도 적극 응원해주고 싶어지는 것이... 부디 열린책들의 이번 시도가 많은 호응을 얻어 이러한 보급판 발행이 하나의 추세로서 정착, 앞으로도 계속 활성화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 귀추가 매우 주목되는군요. 그럼 좋은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덧1> 개인적으로 이번에 나온 것 중에선 장미의 이름, 개미, 그리스인 조르바 정도가 끌리는 편.
덧2> 써놓고 보니까 꼭 광고 같이 되어버렸는데... 저는 해당 출판사와 아무런 관련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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