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Kentarou Miura, HAKUSENSHA INC.
드디어! 허를 찌른 습격으로 인해 폭풍전야의 정적은 산산히 깨어지고 바야흐로 전란의 불길에 휩싸여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린 군항도시 브리타니스 한복판에서, 참으로 오랜만에 벌어지는 가츠 일행의 치열한 싸움을 그린 미우라 켄타로의 베르세르크 제30권... 좋군요, 아주 좋습니다. 바로 이런 것을 기다렸다고나 할까, 액션 측면에서나 드라마 측면에서나 어느 한 쪽 할 것 없이 상당한 진전을 보이는 것이... 비록 호흡 조절이라는 측면이 있었다고 봐주더라도 읽는 입장에서는 적잖이 좀이 쑤시는 것이 사실이었던 이전 권에서의 아쉬움도 이것으로 순식간에 씻겨나가는 듯한 기분, 참고 기다린 보람이 있군요.일단 광전사의 갑주에 의지하지 않고 거대 사도를 단숨에 쓰러뜨린다거나 나름대로 상당한 지략을 지닌 실력자인 세르피코와의 결판을 통해 그간 다소 쇠약해진 인상을 보이던 주인공 가츠가 여전히 괴물같이 건재함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것도 커다란 볼거리이지만... 무엇보다 매의 단 괴멸 이후 외로이 어둠 속을 헤매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사투를 계속해오던 그가 다시 한 번 세인들 - 그것도 이 세계를 움직이는 각국 정/재계 고위급 인사들 앞에 보무도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며 그 초인적인 기량으로 좌중의 경악어린 감탄을 자아내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그야말로 통쾌함마저 느껴질 지경이었습니다.이를 계기로 가츠의 장래에 미묘한 변수가 되리라 예상되는 몇 가지 만남들이 이루어지는 것 또한 주목해볼 만하고... 특히 파르네제의 아버지이자 뭇 교권국들 사이에서는 어떤 의미로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인물이라 할 수 있는 반디미온 가의 가장 페데리고라던가, 다가올 대항해 시대의 가능성을 내다보며 커다란 포부를 가슴에 품고 있는 신흥 강국 이스의 풍운아 로드릭과의 만남,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가츠의 과거를 알고 있는 구 미드랜드 기사단장 오웬 경과의 재회 등은 매우 흥미로운 부분. 사실 이번에는 비교적 별 일 없이 넘어간 편입니다만 아무래도 향후 정국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들이다보니 과연 이들과의 만남이 장차 어떤 바람을 불러오게 될 것인지, 상당히 흥미롭군요.사실 개인적으로 파르네제를 싫어하지는 않아도 역시 '가츠의 일행'으로서는, 그리고 이번 에피소드의 단초가 되었던 '짧은 방황'은 무척 답지 않달까 뜬금 없달까 그런 애매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그 수확이라긴 뭐하지만 덕분에 이렇게 가츠의 인맥을 넓히는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했다는 것만으로도 그 존재 의의를 인정할 수밖에 없을 듯. 뭐 수확이라면 오히려 그리피스 쪽은 더 큰 걸 낚은 게 아닌가 싶어 약간 마음이 걸리긴 합니다만... 어차피 앞으로 한동안은 가츠 일행의 처절한 일대 격전 쪽이 중점적으로 그려질 터, 그런 고민은 일단 미뤄두고 일단 눈앞에 펼쳐진 이 상황의 추이부터 지켜보도록 할까요.
그럼 좋은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덧> 여담이지만 이 만화의 무대가 무엇을 모델로 삼고 있는지 이제 확실해졌군요, 이건 그냥 15세기 유럽 아닙니까! 극 초반의 모델이 100년 전쟁 당시였다면 지금은 오스만 투르크와 유럽 연합국의 대립 당시를 모델로 삼은 듯. 미들랜드는 아무래도 프랑스가 모델 같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동로마 제국에 가까운 요소도 일부 지니고 있고... 이스는 당초 '이스파냐'에 해당하려나 했는데 '이기리스'(영국)과 섞었을 가능성도 있겠더군요. 하긴 스토리상 둘을 분리할 필요는 없었을 테니까.그리고 보면 쿠샨 제국도 생긴 거나 이름은 쿠샨에서 따왔지만 하는 짓은 오스만 투르크랄까; (유럽의 심장부까지 쳐들어갔다는 점에서는 그보다 훈이나 몽골에 가까울지도?) 게다가 '각국 왕들조차 그에게서 자금 원조를 받지 못하면 전쟁을 할 수도 없을 정도'인데다 교황청에까지 재무 관계로 입김이 닿는다는 자산가 일족의 존재라던가, 심지어는 노쇠한 교황의 후계 구도를 둘러싼 여러 추기경의 논의 등을 보고 있노라면 이건 정말 뭐라 할 말이 없군요. 매우 재미있는 일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