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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 파인더
 
나는 여자아이 (시무라 타카코)

'방랑소년',  '푸른 꽃' 등 여러 작품들 통해 독자들로부터 두터운 지지를 이끌어 내고 있
는  작가 시무라 타카코가 데뷔작을 포함한 과거 수 년 간의 작품들을 한 데 엮은 단편집.

단편집이 지닌 즐거움이라 하면 역시 기존에 단행본화 된 적 없어 '뭍혀있던' 작
품들을 뒤늦게나마 접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작품들을 시기적으로나 형식적으
로나 작가의 여타 장편 연재작들과는 또 다른 면모를 맛볼 수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을 것인데... 그 외에도 이 단편집에는 한 가지 더 눈길을 끄는 점이 있군요.

일반적으로  시무라 타카코의 작풍을 규정짓는 가장 큰 특징으로 무엇보다 소년소녀
혹은  성인남녀의  흔들리는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감성적 터치와, 또한 사건 그
자체보다 이에 따른 감정의 흐름을 순간순간 포착해 나열하듯 전개시키는 묘한 리듬
을 예로 들게 마련입니다만...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이 특징이 모든 작품에 동일한
형태로  일괄 적용되던 건 물론 아니라서,  지금까지 어렴풋하게나마 특정 시기를 경
계로 몇 단계인가 변화를 거쳤음을 알 수 있는데... 실은 바로 그 작풍의 변천사가 이
한 권에 고스란히 재현, 이를 일목요연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것. 흥미롭지 않습니까?

먼저  표제작이면서  작가의 데뷔작이기도 한 '나는 여자아이'
에서는  아직 이러한 개성들이 크게 심화되지 않아, 나름대로
당혹스럽다면  당혹스러운 설정을 내세우고 있음에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잘 읽히는 초창기의 모습을, (섹시가이 초반 등) 

이후  '낙원으로 가자'에서부터 '소년의 딸', '아케미의 테마' 연작, '꽃'을
통해 본격적으로 개성이 살아나기 시작하지만 그 완급 조절, 그리고 테마
의  선정  및 이를 대하는 작가의 시선에 있어 '배려가 덜한' 탓에 독자 입
장으로서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에 살짝 부담스러운 감이 없잖아 있던
모색기의  모습을, (섹시가이 후반, 어떻게든 될 나날, 방랑소년 초반 등)

그리고 'sweet 16'에 이르러 드디어,  개성이 충분히 살아 있으면서
도 더이상 읽는 이를 깊은 당혹감에 빠뜨리지는 않을 정도의 아슬아
슬한 최적점을 짚어내면서, 동시에 쿨하게 절제된 관조적인 시선 대
신에  여전히 담담하기는 해도 더이상 작가 스스로의 관심과 애정을
감추지  않는 감성적인 시선을 견지함으로서 독자의 감정 이입을 함
께  이끌어내는 원숙기의 모습을, (푸른 꽃, 방랑소년 중반 이후 등)

무엇보다도 이들을 순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특히 주목해볼 가치가 있지 않을지.

물론  이게 꼭 자로 잰 듯이 딱 들어맞는 이야기는 또 아니라서, 예를 들자면 저 아케미
의  테마  삼연작의 경우 시기적으로 제일 처음 에피소드를 제외한 나머지 두 에피소드
는 상당 기간이 흐른 뒤에 추가된 것으로, 위 분류를 따르자면 '원숙기'에 속할 만한 것
이지만  정작  그 결과물은 재차 '모색기'의 성격을 띄고 있는데... 이는 다시 말해서 그
'변화'가 사실은 '변화'라기보다도 작가의 인지하에 이루어진 '선택'의 결과, 즉 스스로
의  작풍에  대한 나름대로의 성찰과 여러 방면으로의 모색이 있었다는 증거로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군요. 그렇기에 필요에 따라서 어느 쪽이든 다시 고를 수도 있는
것이고. 앞서 중기/후기가 아닌 모색기/원숙기로 분류했던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랄까.

물론 저라고 해서 시무라 타카코의 모든 작품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찾아 읽어본 건 아
니니 100% 장담까지는 하지 못하겠습니다만...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그러니까 결론은 시무라 타카코 작품에 흥미를 느끼는 독자라면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라는 것.  사실 섹시가이 이후 수 년간  쳐다보지도
않다가 이제와서 뒷북이나 치는 제가 이런 말 할 입장은 아닌 것 같지만요.

그럼, 좋은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덧> 여담이지만 사실 이 단편집은 방랑소년과의 연결고리도 지니고 있는데... 나는 여자
아이의 경우 방랑소년의 주인공 슈이치가 쓴 연극의 초기 각본과 설정이 동일하고, 꽃의
주인공으로  나왔던  유키는 방랑소년의 슈이치와 요시노의 어른 친구 유키 씨 본인입니
다! 마아사 님께서 언급하셨듯이 sweet16에서 공부 가르쳐주는 언니에게 특별한 마음을
품는  주인공  히나의 성이 '만죠메'인 점은 푸른 꽃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흥미롭지요 :)

덧>  실은 나는 여자아이 이전에도 얼마간 다른 필명으로 활동한 적이 있다고 하지만 그
쪽은 흑역사로 취급받는 모양이고, 아무튼 공식적으로는 이게 데뷔작이라는군요... 흐음.
by 벨제뷔트 | 2008/04/27 00:07 | 만화 소개 [평가]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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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dcdc at 2008/04/27 00:14
오오 ㅠ_ㅠ 보고 싶습니다;;
Commented by 벨제뷔트 at 2008/04/27 22:06
다른 건 몰라도 (좀 부담스러운 감이 있으니) SWEET 16만이라도 꼭 보여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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