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저 절망선생 11권...
'마음만 먹으면 그런 나라쯤 쓸어버릴 수 있지만, 오히려 방어밖에 할 수 없도록 디튠한 겁니다.'
아 네, 그러시던가...
은혼 21권은 뭐랄까, 제게 이 만화에서 최고로 재미없는 부분을 고르라면 주저없이
'다카스기 신사쿠가 전면에 나서거나 그 비중이 매우 큰' 에피소드와 '기계 메이드
의 반란' 에피소드를 꼽아왔습니다만, 아무래도 거기에 이번 '용궁성의 음모(용궁
성 도착 이후)' 에피소드도 추가해야 할 듯. 사실 웃음만이 이 만화의 장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나름대로 진지할 때는 충분히 수준급의 진지함을 보여주곤 한다는
데에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웃음이 받쳐주지 못할 경우에도 홀로 설 수 있을 정도
의 것이냐 하면 역시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군요. 게다가 이번 에피소드는 '진지하
기만 해서'가 아니라 '웃어야 하는데 전혀 우습지도, 아니 정말 웃으라는 건지 의심
스럽기까지 한' 무엇보다 이 만화에 있어 가장 암울한 형태로 재미없는 에피소드가
아니었나 싶은 게... 암만 봐도 이번에는 방향을 잘못 잡은 듯합니다, 유감스럽게도.
여자의 식탁 2권... 역시 훌륭하군요. 권말의 단편은 다소 이질적인 느낌도 없잖아 있었지만, 그
나마 이렇게라도 해서 단행본 낼 분량을 확보할 수 있었던 거라 생각하면 감지덕지해야 할지도;
한편 오오오쿠 3권의 경우 대단히 만족스러웠지만 동시에 좀 미묘한 점도. 일단 2권과
직결되는 이야기로서 그와 관련해 각자의 마음 속 깊숙히 쌓였을 여러 어두운 감정들
이 그리 큰 탈 없이 해소되어버리는 점이라던가, 1권 말미에서 뭔가 거대한/음울한 비
밀이 감추어져 있을 것처럼 한껏 분위기 잡았던 것도 실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던가 하
는 점 등은 의아하기까지 하군요. 요시나가 후미 정도면 적어도 이보다 훨씬 더 첨예
한 갈등과 전율을 끌어낼 수도 있었을 텐데. 전자의 경우 세월의 무상함이라는 부분을
조금만 더 눈에 띄게 강조했으면 이대로라도 훨씬 매끄러웠을 테고, 후자의 경우 '적
면포창으로 남성 인구가 급감한 탓에 여성이 남성의 역할을 대체했다'는 작품의 근본
적인 설정을 가능한 한 숨겨뒀다가 여기에서 비로소 완벽하게 드러내는 형태로 구성
했더라면 상당한 임팩트를 줄 수 있었으련만... 어쩌면 작품 초기에는 지향하는 바가
달랐기 때문에 미처 아껴둘 생각을 못했던 건지 몰라도 아무튼 좀 아쉽군요, 그밖에는
모든 면에서 지극히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더더욱 아쉽달까. 그래도 뭐 이미 지나간 건
어쩔 수 없는 거고... 그저 이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해볼 따름입니다.
그럼 좋은 시간 되시길~.
덧> 그런데 오오오쿠는 1, 2, 3권 공히 내러티브(우왕 나도 유식한 말 써봤다) 안쪽에서
보면 전혀 웃긴 장면이 아닌데 정작 바깥에서 보기에는 웃겨 견딜 수 없는 장면들이 꼭
한두 군데씩은 들어가 있더란 말이지요... 과연 이래도 괜찮은 건가 이 만화! (데굴데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