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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들 기다리시던 '3월의 라이온' 한국판이 오늘 발행된 모양이더군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는 이 우미노 치카의 최신작에 대해서 몇 마디 적어볼까 합니다. 뭐 별 건 없습니다만, 아무튼 시작하도록 하지요. ![]() (좌측 : 키리야마 레이, 우측 : 카와모토 히나타) '3월의 라이온'... 대체 그 제목이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 하고 한동안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결국 나중에 알고 보니 이는 영어 관용구 'March comes in like a lion and goes out like a lamb.'으로부터 유래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본래 '사자처럼 찾아와 양처럼 지나가는' 즉 '거세고 변덕스러운 봄의 악천후'를 나타내던 말이라는데, 아니나 다를까 본작의 영제 역시 'March comes in like a lion'으로서 위 관용구의 앞부분 반절을 뚝 잘라낸 것. 물론 그것만으로는 완전한 의미 파악이 되질 않아 좀더 고민을 해야 했습니다만... 읽으면 읽을수록 차츰 그 해답 비스무리한 것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주인공 키리야마 레이는 올해 열 일곱으로 아직 약관에도 이르지 못한 나이에 프로 장기 기사가 되어 홀로 살아가고 있는 고교생입니다. 사고로 조실부모하고 천애고아로 자랐다는 불행한 과거를 꿋꿋이 딛고 (극중) 사상 다섯 번째로 중학교 재학 중 프로에 입문해 자립한, 그 정도면 어엿한 성공의 표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처지이지요. 그러나 얼핏 보기에는 남부러울 것 없는 아니 어떤 의미에서는 남들은 평생 갖고자 해도 가질 수 없는 것들마저 가지고 있는 레이이건만, 정작 레이 스스로는 '나에게는 아무 것도 없다'는 강박과 불안 그리고 고독에 사로잡혀 끊임없이 괴로워합니다. 그렇게 정신적으로 황폐한 나날이 계속되던 중에 레이가 만나게 된 것이 바로 이웃 동네에 사는 카와모토 삼자매 - 아카리, 히나타, 모모. 레이와 마찬가지로 슬픈 과거를 짊어지고 있지만 서로를 의지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며, 때마침 방황하던 레이마저 따스하게 받아들여준 이들 자매와의 교류,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각자의 정열과 진심을 담아 부딪쳐오는 여러 뜨거운 기사들과의 승부를 통해서 레이 역시 싸늘하게 얼어붙었던 마음이 차츰 녹아내리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 (카와모토 삼자매와의 훈훈한 한때) 그러나 오랫동안 온기를 접하지 못하고 살아온 탓에 온기를 그리워하면서도 자신은 온기를 누릴 수 없다고 믿어버리게 된 레이는, '저들이 가지고 있는 것(사랑하는 이들, 정열)은 역시 나에게는 결여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 나한테 과연 저들의 행복을 나눠받을 자격이 있을까, 오히려 나의 존재로 인해 저들이 행복을 잃어버리게 되지 않을까'라면서 거의 자학에 가까운 고뇌와 고통 속으로 스스로를 더욱 깊숙히 밀어넣기만 할 뿐인데... 이 부분은 아직 그 자초지종이 완전히 다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그 결과 레이는 스스로를 '뻐꾸기 새끼'로 인식하고 일종의 죄의식마저 갖게 된, 과거 가족을 잃은 직후 레이를 거두어 길러준 코우다 일가에서의 성장 과정과 관련된 어떤 트라우마가 얽혀 있는 것으로도 보입니다만... 어쨌든 이렇게, 좀더 무감각한 사람이었다면 딱히 아무렇지 않게 느꼈을지도 모를 이유들로 인해 괴로워하는 여리고 섬세한 소년, 주인공 레이의 어지러운 심상이야말로 바로 그 봄의 거센 폭풍 즉 '3월의 라이온'이 가리키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드는군요. 물론 아직 이야기가 많이 진행되지도 않은 단계에서 내리는 추측일 뿐이니 틀렸다고 한들 딱히 할 말은 없지만서도, 그래도 언젠가는 반드시 '3월의 양' 즉 평안을 레이가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저자 스스로도 여전히 그 해답을 얻기 위해 계속하고 있다는 '이 이야기를 그리게 된 이유(혹은 이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찾는 여정을 함께 해보고 싶은 것은 비단 저 뿐만이 아니겠지요. 과연 그 여정의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지, 궁금할 따름입니다. 그밖에... 남성 청년층 대상의 잡지 영애니멀에서 연재된다는 사실이 당초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만... 여전히 그 경위에 대해서 짐작이 안 가지만서도(사실 의외로 별 거 아닐 수도 있고, 이쯤 오면 그런 건 아무래도 좋지 않나 싶기도 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꽤 긍정적으로 평가해도 좋을 것 같군요. 무엇보다 기존 여성 독자 뿐만 아니라 새로이 남성 독자도 대상으로서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좋은 자극이 되었는지, 전부터 이미 그 이상 바라기 힘들 정도로 한껏 만개해 있는 것만 같았던 비주얼이 거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예상치도 못했던 것들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 이를테면 아무리 그래도 우미노 치카가 그렇게까지 육감적인 그림마저 그려낼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말입니다. 게다가 작품 외적인 이야기이기는 해도 종종 눈에 띄곤 하는 영 애니멀 계열 작품들과의 합작 기획 역시 즐거운 부분. 다만 스토리텔링에 있어서는 이전작 허니와 클로버에 비해 미묘하게 달라진 듯하면서도 근본적으로는 결국 썩 다르지 않은 편. 일단 주인공 레이의 처지에서 비롯된 '공허함'을 묘사하기 위해서인지, 종반에 이르러서는 일종의 감정 과포화 상태에 달한 이전작보다는 확실히 절제가 부분부분 이루어지고, 그 덕에 감정의 강약/대비가 좀더 뚜렷이 구분되기에 이르렀다는 점은 높이 살 만한 부분이지만, '공허'를 '감정의 절제 혹은 부재'로서 그려내지 못하고 '공허라는 감정의 만재'로 그려내고 있다는 점은 못내 마음에 걸리는군요. 이건 저자의 친숙한 개성 혹은 스타일로서 좋게 봐줄 수 없는 바도 아니지만... 기왕 하는 김에 좀더 도전적으로 발을 내딛어보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싶어서. 만약 '그리 했는데 실패한 것'이라면 이야기가 살짝 복잡해지는데, 그건 일단 넘어가도록 하고. ![]() (부담되십니까? 앞으로도 많이 보실 겁니다.) 어디에나 있을 것 같은 평범한 남녀(...라고 생각하는 것은 미대 출신의 착각인지도 모르지만 아무튼)의 이야기를 통해 공감을 끌어낼 수 있었던 허니와 클로버 때와 달리 다소 극단적인 상황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보니 아무래도 독자를 가릴 수 있다는 점 또한 살짝 안타까운 부분이로군요. 이건 연재지의 성향과는 관계없이, 아니 연재지의 이전마저도 그 일환에 지나지 않있을 '새로운 시도'의 결과일 뿐인 것 같습니다만. 한편 '장기' 정확히는 일본식 장기인 '쇼기'를 주요 소재 가운데 하나로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에 친숙하지 않은 독자로서는 다행스럽게도 그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일단 본작에 있어 장기란 결국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못한 레이가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것'(비록 본인은 스스로에게 그럴 자격이 있는지 끊임없이 자문/자책하고 있기는 해도)이자 '머무를 곳 없는 (실은 머무를 곳이 버젓이 있지만 머물러도 되는지 본인이 확신을 못하는) 레이가 분명히 머무를 수 있는 장소',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는 행위', '그러나 그 대가로 자신과 달리 장기를 정말로 좋아하는 이들을 짓밟아야만 하는, 죄로 물든 전장' 등 그 자체로서 여러 가지 기능은 하고 있지만 세부적으로는 아직까지 이야기와 그다지 밀접한 연관성을 띄고 있질 않아요. 어쩌면 향후 그 비중이 늘어나 이야기를 완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시합 내용까지 따라가야 할 필요성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때쯤이면 분명 극중 설명과 더불어 단행본에 이미 수록되고 있는 각종 충실한 해설 등에 힘입어 작품을 완전히 소화하는 데에 요구되는 기본 소양 정도는 충분히 갖출 수 있지 않을까 싶군요. 어느 쪽이든 간에 안심해도 좋을 듯. 아무튼 꽤 두서없는 글이 되어버렸습니다만 결론은 주목해 볼 만한, 여러모로 흥미 로운 작품이라는 거... 모르긴 몰라도 앞으로 오랫동안 눈길을 뗄 수 없을 것 같군요. 그럼 좋은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덧> 한국판 가격은 8000원이라더군요. 애○○스나 길○기 같은 품질로 그런 가격을 받으면 이해하겠는데... 이 글과 관련있는 글을 자동검색한 결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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