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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영국의 신분을 넘어선 로맨스를 애정어린 터치로 그려내어 일부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낸 바 있는 작품, 엠마의 작가 모리 카오루 씨의 초기 단편집입니다. 후기에 수록된 집필 동기에서도 엿보이듯 작가의 취향과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이 흥미로운 작품은, 총5화에 달하는 본편 '셜리' 와 함께 단편 '나와 넬리와 어느 날 오후'와 '메어리 뱅크스', 그리고 후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에피소드별 설명을 잠시 하자면, '셜리'는 독신이지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29세의 카페 여주인 베넷과 입주 메이드 구인 광고를 보고서 찾아온 13세 소녀 셜리의 만남 그리고 거기서 시작된 두 사람의 공동생활을, '나와 넬리와...'는 부모의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란 어린 도련님이 아픔을 겪으면서도 점차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담당 메이드 넬리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메어리 뱅크스는 괴짜로 악명높은 독신 노귀족 볼튼 자작(子爵)과 오랜 세월 함께 지내 온 메이드 메어리의 추억(?)을 담백하고 운치있게 그리고 있지요. ...허나 그것은 이 작품의 표면적인 모습일 뿐, 실은 그 뒷편에는 무엇보다도 격렬하게 용솟음치는 정반대의 일면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작가 모리 카오루 씨의 정열. 아시는 분은 잘 아시겠지만 사실 이 모리 여사는 굉장한 열성파로, 19세기 영국/신사/메이드/소녀의 엄청난 팬이라 합니다. 위 작품들 집필 경위라는 것이 실은 '남 없는데서 혼자 기뻐하는 아이를 그려보고 싶어서', 라던가 '울음을 터뜨리는 셜리라던가 화내는 셜리를 그려보고 싶어서', 혹은 '테라스의 노신사와 메이드 씬이랑 이러이러한 라스트 씬을 그려보고 싶어서'...였다는 데 이르면 대략 유구무언. 즉 '이야기를 위한 소재'가 아니라 '소재가 위한 이야기'였다는 것으로, 이야기 자체에 매료당한 독자라면 당황스런 나머지 배신감(?) 마저 느끼게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게다가 이 소재라는 것이 작가 본인의 극히 개인적인 '욕구'(?)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도 당황스런 부분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그리고 모리 여사는 단순한 '자가당착에 빠져 폭주하는 작가'들과는 구별되어야 할 만한 다른 어떤 '격'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합니다. 물론 작가 본인의 취향과 욕구가 동기를 비롯, 작품의 전반에 걸쳐서 뿌리깊게 스며들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지금까지 접했던 (몇 안되는) 모리 카오루 작품에서는 다른 모든 것들을 내팽개치고 그 한가지에만 매달려 기력을 낭비하는 무절제한 모습을 보이는 일 없이, 결코 선을 넘지 않도록 항상 삼가하고 자제함으로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 때문에 더욱 돋보이는 열의'랄까, 그야말로 절제의 미학이라고까지 할만한 무언가를 보여준다 생각하거든요. 저 자신이 호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팔이 안쪽으로 굽은 것일지도 모르지만, 어찌 되었든 냉정하게 생각하면 심하다 싶을 정도로 무언가에 빠져있는 사람(작가)이, 지나친 극단성에 대한 주변(독자)의 혐오가 아니라 오히려 그 열정에 대한 감화마저 일으킬 정도라는 점은, 높이 평가해도 좋은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사실 그런 거 다 떠나서 재미있기도 하고요. 결국 이것이 포인트 ^^. 어쨌든, 초기 작품인 관계로 표지를 제외하면 작화가 지금에 비해 부실한 감이 있지만... 그만큼 더 싱그럽기도 하고, (물론 현재의 원숙미 또한 너무나 사랑스럽지요) 결론적으로 엠마를 즐겁게 보신 분들이라면 절대 후회는 없을 듯, 적극 추천하는 바입니다 ^^. 모두 좋은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덧1> '초기 단편집'이라 했는데, 정확히는 동인시절 작품들이라지요. (나머지도 부디~)
덧2> 셜리의 경우 여기 수록된 이야기 외에 몇 가지 생각해둔 이야기가 더 있다고 합니다. "언젠가 그릴 수 있으면 좋겠네요~" 라고. 넬리는 의도와 좀 다르게 완성되었다는 모양이고... 메리는 별 언급이 없는 걸로 보아 딱 이었던 모양. 확실히 가장 깔끔한 것이 사실입니다만 ^^. 덧3> ...'일문 표기가 'シャ-リ-'로 되어 있어 이걸 어떻게 읽어야 할까 고민했는데 커버를 자세히 들여다봤더니 짜잔 'Shirley'라고 나오더군요. 따라서 '셜리'로 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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