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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통 X'를 통해 많은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고병규 작가님. 이번에 소개할 '파이팅 브라더' 는 현재 폐간된 대원의 월간 만화 잡지 '주니어 챔프'에 지난 98년 연재되었던 그의 SF 영화 패러디 만화 다섯 편을 비롯해 몇몇 추가 에피소드가 수록된 단편집입니다. 내용을 잠깐 설명하자면... '내 이름은 에일리언' (에일리언) '니가 제다이라며?' (스타워즈) '미래에서 왔수다' (터미네이터2) '못 말리는 로보캅' (로보캅) '나의 고담시를 지켜 줘' (배트맨) 이렇게 다섯 편은 말이 필요 없는 여러 유명 SF 영화를 바탕으로 각색한, 대책없이 웃기는 패러디 만화. SF/판타지 만화 잡지를 표방하던 월간 주니어 챔프에 다섯 달 간 연재된 작품들로, 원작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면 정신 없이 웃어제끼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작품들입니다. '파이팅 브라더'는 단행본 제목이면서도 정작 수록작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주니어 챔프 작품들과 조금 다른 이야기로, 특정 원작을 두지 않는 오리지널 SF 극화풍 개그 만화. 적국의 에이스로서 재회하게 된 두 형제의 골육상잔(...)을 고병규 특유의 유머 감각으로 쌈빡하게 그려냈지요. 마지막으로 '헌터'는 작가의 초기작. 한껏 무르익은 재미를 자랑하는 다른 쟁쟁한 작품들과 비교하면 분명 모자라긴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냅다 허를 찌르는 고병규의 번뜩이는 유머 감각이 어떻게 시작되어 발전해왔는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자료로서의 가치는 충분합니다. 이렇게, 먹통X에 이어 파이팅 브라더를 통해 다시 한번 자신의 역량을 한껏 떨치며 기대와 인기를 모았던 고병규 작가님. 하지만 본인 스스로는 SF 액션 극화 쪽에 뜻이 있었다고 하며, 그 때문에 굳어져 가던 개그 작가로서의 이미지에 오히려 부담을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뒤로 그는 기존의 개그 노선에서 벗어나, 염원하던 SF 액션 극화, '가더'와 '건 비트'를 각각 주니어 챔프와 시공사의 격주간지 기가스를 통해 연재 개시하지만, 결국 여러 가지 여건상 그 시도는 결실을 맺지 못했으니, 가더는 단행본 화조차 되지 못했고 건 비트가 단행본 1권이 나오기는 했으나 그걸로 끝. 작품이 먼저 벽에 부딪힌 것인지 아니면 잡지 사정 악화가 먼저였는지 (공교롭게도 두 잡지 모두 폐간), 유감스럽게도 저로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만... 잡지 연재 분으로 조금 들여다봤던 가더의 경우 이미지 쇄신에 집착한 나머지 자신의 원래 장점마저 억눌러버린 게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물론 작품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한 쪽으로만 이미지가 고정되는 게 썩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는 없을 터, 의도 자체는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만... 새로이(혹은 본래) 추구하던 진중함과 기존의 재치를 잘 조화시킬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더군요. 그 후 고병규 작가님은 끝내 절필, 현재는 만화를 포기하고 게임 제작 업체에서 근무 중이라는데, 그를 지켜보던 독자의 한 명으로서 매우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이 작품은 실질적인 '개그 만화가 고병규'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정말 재미있습니다. '원전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없다' 는 패러디물의 원죄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해도, 애당초 그 원전에 해당하는 작품들이 워낙 유명한 것들이라 그리 큰 문제는 되지 않을 듯. 이미 절판되어 먹고 죽으려도 찾아보기 힘든 책이라는 것이 걸리지만... 이건 제가 어찌 할 수 없는 부분이고, 그저 기회가 닿는다면 반드시 일독을 권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모두 좋은 시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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