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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전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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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는 '무한의 주인'으로 국내에서도 익히 알려진 작가 사무라 히로아키가 지난 2002년 코단샤 (講談社)의 애프터눈 증간호에 게재한 단편들을 모은 단편집입니다. 국내에는 과거 해적판으로 들어왔다가 이후 세주 문화사에서 정식 출간되었지요. 원제는 '竹易てあし漫畵全集 おひっこし' (타케이테아시 만화전집 이사)... '만화전집'은 그렇다치고 '타케이테아시'가 무엇인가 했더니만, 영어로 바꿔보면 'Take it easy'. 처음부터 어째 범상치 않습니다. 게다가 장르는 무려 개그 만화. 베여도 죽지 않는 불사신 검객과 무참히 참살당한 부모님의 원수를 갚으려는 무가(武家)의 딸이 동행하며 온갖 피바다를 헤쳐나가던 하드코어 사무라이 액션 활극, 무한의 주인 작가가 난데없이 무슨 개그 만화인가 하고 저를 포함해 적지 않은 독자들이 당황했을 줄로 압니다만... 이 만화는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고 남을만큼 강렬한 물건이었습니다. 사실 무한의 주인만 해도 종종 묘하게 웃기는 구석이 있다 싶더니 여기서 폭발하는 사무라 씨의 숨겨진 역량은 그야말로 경이 그 자체. 일단 내용을 살펴보면 수록작들은 모두 세 가지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면서 전체 분량의 3/4를 차치하는 전4화 짜리 에피소드 '이사'와 단편 '소녀만화가 무숙 눈물의 일기', 그리고 후기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단편 '미도로가 연못에서 수라를 보다' 이렇게 세 에피소드가 실려있지요. '이사'는 짝사랑의 삼각 관계가 뒤엉킨 청춘 러브 코미디, '눈물의 일기는' 한 여류 만화가의 파란 만장한 인생 역정을 그린 전기 만화이며, '미도로가 연못'은 단순한 만화 여행기에 가까울 듯. 아무튼 이 만화는 웃깁니다, 웃다 지쳐 쓰러질 만큼 웃깁니다. 청춘 로맨스와 시츄에이션 코미디 + 다방면에 걸친 농도짙은 패러디가 결합된 이사, 과격하기 그지없는 부조리 전개와 대략 정신을 멍하게 만드는 의미불명 개그가 작렬하는 눈물의 일기, 이렇게 온갖 종류의 유머를 총동원, 이미 정평이 나 있는 저자 특유의 과감하고 역동적인 극화풍 터치로 펼쳐낸 이들 이야기는, 믿기 힘들 만큼 근사하게 지금껏 감춰져 있던 작가의 유쾌하고 정신나간(?) 센스를 한껏 뽐내고 있지요. 얼마나 유쾌하길래 그러는지 궁금하신 분들께 제가 드릴 말씀은 오직 하나, 직접 보시길. 백문이 불여일견, 아무리 휘황찬란한 미사여구를 동원한다 해도 실제 한 번 보는 것 이상으로 이 만화의 위력(?)을 설명할 방도는 없을 겁니다. 작년 정식 출간 이후 아직도 간간히 시중에서 유통 중이니 입수도 어렵지는 않을 터, 사무라 히로아키 씨의 새로운 경지를 꼭 한 번 만끽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럼, 모두 좋은 시간 되세요. 덧1> 근래 무한의 주인을 보고 있자면 이 만화를 통해 무언가가 '해방'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덧2> 국내판은 번역 퀄리티가 그다지 높지 않아 일부 요소들을 놓쳐야 한다는 점이 유감입니다. 덧3> 사실 저는 매니악한(척 하는) 패러디로 가득 채워놓기만 하면 그걸로 OK라는 근래 일각의 분위기에 반감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이사에 대해서는 그저 탄복. 만화, 애니 등 같은 업계 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등 온갖 방면에 걸친 이 격렬한 차용/풍자 센스에는 두 손 들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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